자유 항암. 나의 투병생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표유신01 댓글 0건 조회 1,715회 작성일 20-04-29 21:40

본문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은 처음이다

나는 요즘

일어나면 요거트에 딸기나 사과

빵과 우유

각종 과일들이나 간식을 더 챙겨먹는다

기사를 쓰거나

청소를 하거나

장을 보고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선

산책을 하거나

할 일을 좀 하거나

엄마랑 얘기도 하고

드라마도 보다가

저녁을 먹기 전

낮잠을 두시간 이상 잔다

저녁 식사 준비를 같이 하며

저녁을 준비하고선

저녁을 먹고

또 드라마를 보거나

할 일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는 요즘 그렇다

세 끼니를 잘 챙겨먹는 삶

걷기 운동을 실천하는 삶

마음 편히 아주 여유롭게 하루를 보낸다

너무 못먹어서

살이 지나치게 빠졌었다

하루종일 무언가를 하고

저녁이 되면 고강도의 운동을 했던 내가

하루종일 일어날 힘이 없어

눕기만 하고

밥 한 숟가락을 먹지 못한채

토해내는 삶을 살았다

등받이가 있지 않으면 앉을 수가 없었고

앉는 것도 힘들어 옆으로 쓰러져 누웠으며

집안에서 몇 걸음 움직이기 힘들어 픽픽 쓰러졌다

냄새와 빛에 조금 덜 민감해지고

밥을 먹으니 힘이나서

걷기 시작하니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빠져서

온 몸에 머리카락이 붙어

간지럽고

두피는 아팠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면

머리가 우수수 같이 달려나왔다

두피가 면적에 닿을 때

꽉 묶은 머리를 풀렀던 아픔이

강한 강도로 느껴졌다

입원 때까지 머리를 안 밀고 싶어

감지 않도 버티고 버티다가

머리를 한 번 감았더니

빠진 머리가 남은 머리에

걸려서 굳어버려

샴푸린스가 씻겨내려가지 않았고

빗는 순간 머리가 송두리째

뽑힐 것 같았다

그렇게 거품기 있는 머리를

말리지도 빗지도 못하고

미용실에 갔다

다른 손님의 시선이 싫었고

아프니 살살 밀어달라고 하기도 싫었고

울기도 싫었다

엄마한테 혼자 가고싶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다가

옷장 뒤에서 울어버렸다

눈물이 고였지만

미용실에서 꾹 참고

하얗게 드러나는 두피를

바라보았다

두상이 예쁘다는 말은

위로하는 거겠지

하나도 안 와닿았다


머리가 휑하다

친구들에겐 절대 못보여주겠다

미용실에서 집에 오고 난 직후에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기 싫어

모자를 계속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나는 계속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건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건지

척하다보면 진심이될 거란 생각인지

나도 나를 모른 채


시온이를 만났다

아프고 나서 처음 친구를 만났다

지금 시온이와 나는 큰 일을 준비중이다

우리는 만나서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나의 긴 책상에 각자 노트북을 열고

사건을 정리하고

일지를 작성하고

대책을 강구하며

그 와중에 즐거움도 빼놓지 않았다


서운했던 예진이에게

오랜 시간 고민끝에

혼자 감정정리하기 싫어서

그리고 변명이라도 듣고싶어서

장문의 메세지를 남겼다

사랑하는 친구가

지금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스트레스였기에

그래서 오랜시간 더 말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예진이가 장문의 답신을 보내왔고

한문장 읽어 내려갈 때마다

눈물이 흘렀던 거 같다

우리는 새벽에 전화를 했고

울며 마음을 달래다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은진이와 예진이도 집에 왔다

내 침대에서 세 명이

누웠다가

먹었다가

앉았다가

굴렀다가

요가했다가

그렇게 거의 일곱시간을 떠들었다

예진이는 책과 디퓨저를

은진이는 서브웨이를

사다줬다

가발이 갑갑해서 뒤지는 줄 알았다

앞으로 2년은 가발인생일 것 같은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07,017건 1 페이지
커뮤니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공지
Us최고관리자
52114 01:12
공지 공지
Us최고관리자
220269 14:59
공지 공지
Us최고관리자
238463 12:22
공지 공지
Us최고관리자
28036 17:15
70516 연예인
쿠로
0 18:22
75230 연예인
고기먹는스님
0 18:22
74849 연예인
쿠로
0 18:20
66931 연예인
고기먹는스님
0 18:19
10364 연예인
고기먹는스님
2 18:18
97831 연예인
쿠로
0 18:16
73613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2 18:15
73689 연예인
쿠로
0 18:14
94307 연예인
푸히헤헤햏ㅎ
2 18:12
62205 연예인
쿠로
0 18:11
84169 연예인
쿠로
0 18:10
게시물 검색